오늘, 2009 교육과정 개정에 관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하러 수원에 출장을 갔다. 요즘 며칠 연속으로 10시에 퇴근해 잠이 모자라고 피곤이 겹쳐 머리도 띵~하고 눈도 침침하고 퀭한 상태이다가 좀 이른 시간에 학교를 나와 봄날의 쏟아지는 햇빛과 상쾌한 바람을 쐬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생각보다 도로가 한산하여 여유 있게 도착해 등록을 하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각 시군에서 와 등록을 하는 교사들을 바라보며 소파에 앉았노라니 내가 늦은 나이에 시작해 저들과 같은 자격으로 이 자리에 와 있음에 하나님께 마음 속 깊은 곳으로 부터 감사가 나오고 나 자신에게도 대견하다고 칭찬해 주고 싶었다.
이렇듯 세밀하게 나의 직업에 대해서, 소명에 대해서, 나에 대해서, 내가 맡아 청지기 역할을 감당하는 학생들에 대한 나의 태도에 대해,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서, 하나님의 말씀의 가치에 대해서 느껴지는 것은 최근의, 엄밀히 말해 작년부터의 변화가 아닌가 싶다. 그리도 하기 어렵던 감사를 기도노트에 적어 보니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감사할 일이 있던지. 뭐가 먼저이고 나중이며, 무엇 때문인지 원인도 잘 모르겠으나 이리도 짧은 시간동안 많은 것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고 신기하기까지 하다. 작년(2010년)은 내 인생에 크고 작은, 또 나의 내면으로부터 혹은 외부적으로 많은 변화가 왔다. 그러한 일들이 얽혀 서로 영향을 미치기도 했고 때론 각각 독립적으로 일어나기도 했다.
먼저는 나의 일터인 학교를 옮겨가면서 이전 근무하던 학교에서 수동적으로 예배에만 참석하던 신우회를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재결성하고 뜻을 같이하는 교사들을 모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계속 그 일에 대하여 기도하고 있었고, 새로 오신 목사님이 심방을 하셨을 때 그 일에 대해 말씀 드린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임을 믿을 수 있다. 지금은 신우회 교사들이 학생들을 데리고 하는 기도모임이 몇 개 있고, ‘E-JESUS’라는 기독 동아리가 생겼다. 신우회는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있는 교사들이 모여들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게다가 학원선교에 관심이 많고 비전을 가지신 목사님과 교우들을 통해 선교헌금도 지원받고 있다. 일 년 전 나의 역량으로는 덩치 큰 이 학교의 신우회를 이끌기 힘드니, 말씀의 능력을 의지하고 싶었고 너무나도 부족한 것을 느끼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기도하기 시작한 지 6개월쯤 지나 교육과 훈련에 관심이 많은 목사님께서 CLT훈련에 관한 말씀을 하셨다. 그래서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CLT를 하기 원하는 목적을 신우회 리더로서 바로서기 위함이라 써 내고 주저함 없이 시작했고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라고 믿었다.
새벽 기도도 내 편한 대로 되는 대로 하다가 좀 더 거룩한 긴장감(?) 혹은 부담감을 가지고 하게 되었고, 그 힘들다는 CLT숙제를 즐기면서 하려하고 전공을 살려 영어 성경까지도 필사를 했다. 하나님의 권위와 말씀의 가치에 대해 경험하는 일이 늘어났다. 그것을 다 말하기에는 지면도 짧고 다 표현할 수도 없다. 또 한 가지 직장을 다니는 관계로 목장예배도 제대로 못 드리니 교회 식구들과 함께 할 시간이 많지 않았었는데 같은 목적을 가지고 저녁마다 모여 말씀을 듣고 중보기도를 하며 중보 기도의 위력과 사랑을 느끼며 함께 교우들과 교제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람이 계획할 지라도 그 발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심을 믿는다. 평소와 약간 달라지신 어머님께 보약이라도 지어드리려고 집으로 모셔 왔는데 임종을 맞게 되었다. 어머님의 임종을 앞두고 겨울방학은 간호를 하며 못 다한 효도를 하게 되었고 봄방학 때는 장례식을 치루면서 시간을 보내게 되어, 숙제커녕 CLT시간조차 참석하기 어려웠으나 두 번 결석하는 것으로 간신히 수료를 할 수 있었고, 마지막으로 그 아쉬운 원주의 밤을 보내기까지 인도하셨다. 평소에 기도를 생활화 하시던 어머니의 믿음으로 아쉽지만 군대와 미국으로 흩어져 있던 가족들을 다 만나 사랑을 나누게 인도하셨다. 어려운 시간을 말씀으로 견뎌낼 수 있게 인도하셨다.
사람들은 옆에서 빤히 바라보면서도 나를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지만 살아계신 하나님께서는 말씀드리지 않아도 나의 모든 것을 알고 계시니 이해시켜 드리지 않아도 된다. 그저 눈만 감고 두 손만 모아도 나의 나 된 것을 아시니 믿음을 가진 사람이 그것 밖에 못하냐고 비난하시지도, 믿음의 부족에 대해 나무라시기 보다는 안타까워하시고 도와주신다. 내 믿음의 미세한 변화도 느끼시며, 그러나 여전히 부족한 나를 그저 그대로 알아주신다. 나는 달라진 게 분명하며 또한 여전히 부족한 죄인임에 틀림이 없다. 바쁘게 살아가며 뒤도 돌아 볼 여유가 없었는데 이제는 쉬엄쉬엄 깊이 묵상하고 내게 주신 달란트를 땅에 묻어 두지 않고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니 큰 것으로 네게 맡기겠다.’는 주의 음성을 듣고 싶다. CLT훈련은 끝난 것이 아니며 제자를 뛰어 넘어 참된 그리스도인으로의 삶은 이제 부터 시작이라고 다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