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옷
영국 성공회 주교이며, 켄터베리 대주교였던 기독교 영성가 제레미 테일러(Jeremy Taylor, 1613-1667)는 『거룩한 죽음』이란 책을 저술했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과 2장은 거룩하고 복된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야하는 지를 설명해 주고, 3장 4장에는 질병에 관한 영적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5장은 병자 방문에 관한 자세한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특별히 테일러는 3장 “질병이 주는 유익들”이란 단락에서, 육체의 고통을 탁월한 영적 통찰력을 가지고 재해석한다. 테일러에 의하면, 질병은 육체에 고통을 가져다주지만, 영혼에는 육체의 교만과 헛된 자기만족의 족쇄로부터 벗어나게 해준다.
테일러는 이렇게 말한다. “질병을 앓는 중에 인간의 영혼은 ‘불멸’의 옷을 입기 시작한다. 가장먼저 영혼은 허무의 실타래를 풀게 되는데, 이것은 인간의 영혼으로 하여금 세상에 집착하게 하여 불편하게 하는 영혼의 외투이다. 영혼은 가볍고 환상적인 탐욕과 호색의 여름옷(summer-rober of Lust and wanton Appetite)을 벗는다. 이어서 선정적인 속옷인 세스투스(Cestus: 속옷의 일종)를 벗어 버림과 동시에 육체의 고삐인 영혼은 우리를 구속하며 경고를 발하게 된다. 이전에는 ‘어른 같은 육체’(manliness of the body)와 ‘어린 아이 같은 영혼’(childishness of the Soul)에 봉사하도록 요구하던 것이 이제는 우리로 하여금 계속 깨어 있도록 하며, 기도할 수 있도록 시간을 할애하도록 하며, 참회의 시간들을 헤아리게 한다. 이렇게 되면 육체는 불편한 자리에 앉아 슬픔 가운데 처하지만, 영혼은 안식을 얻어서, 죽을 때까지 결코 쉬지 않는 열정의 성급한 욕망들로부터 해방을 받게 된다”(크리스찬 다이제스트 p.99-100).
육체의 고통이 영혼을 위한 불멸의 옷을 지여 입혀주는 것이다. 육체의 고통은 하나님을 향한 영혼의 문을 열어준다. 이생의 자랑과 안목의 자랑과 정욕의 자랑으로 사로잡혀 살던 우리에게, 하나님을 향하여 상승하도록 우리의 영혼을 고양시켜준다. 그 순간 우리는 고통 속에서도 감사와 찬양을 올려드리는 성도의 반열에 서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