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행복론: 행복에 이르는 길
행복에 이르는 길 : 그리스도의 고난
불교에서는 인생을 고해(苦海)로 이해한다. 인생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고통의 바다에 던져진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깨달음을 갖기 이전의 상태’를 일컫는 것이다. 깨달음을 갖기 이전까지 인생은 고통의 바다에서 불행한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 그런데 이런 인생의 이해는 우리로 하여금 고통과 고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준다. 그래서 고난이나 고통이 없는 삶이 곧 행복한 삶이라는 인식을 갖게 해 준다.
그러나 기독교의 고난에 대한 인식은 불교의 것을 넘어선다. 물론 부정적인 차원의 고통과 고난도 있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다. 긍정적인 차원의 고통과 고난도 있음을 나타내 보여 준다. 기독교 영성의 빛에서 보면, 모든 고난이 우리의 삶을 불행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많은 경우 어떤 고난은 우리의 삶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이런 고난을‘가치있는 고난’ 혹은‘행복한 고난’이라고 부르고 싶다.
예수는 행복에 이르는 마지막 여정에서‘고난의 가치’를 설명해 주었다.‘의’를 위해서 핍박을 받고, 고난을 당하는 사람들은 행복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나라가 그들의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마5:10) 예수는 친히 그 고난의 가치를 우리에게 삶으로 나타내 보여 주었다. 십자가의 길(Via Dolorosa)로 통칭되는 예수의 고난의 삶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그리스도의 고난의 결과이다. 십자가의 길이 없이 부활의 길은 결코 존재할 수 없다. 예수 탄생 700년 전에 이미 이사야 선지자는 고난의 종으로 오실 예수를 이렇게 예언하였다.“그는 멸시를 받아 사람들에게 버림 받았으며 간고를 많이 겪었으며 질고를 아는 자라 마치 사람들이 그에게서 얼굴을 가리는 것 같이 멸시를 당하였고 우리도 그를 귀히 여기지 아니하였도다. 그는 실로 우리의 질고를 지고 우리의 슬픔을 당하였거늘 우리는 생각하기를 그는 징벌을 받아 하나님께 맞으며 고난을 당한다 하였노라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 그가 징계를 받으므로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으므로 우리는 나음을 받았도다. 우리는 다 양 같아서 그릇 행하여 각기 제 길로 갔거늘 여호와께서는 우리 모두의 죄악을 그에게 담당시키셨도다.”(사53:3-6)
하나님 안에서 모든 고난은 존재론적 가치를 지닌다. 예수는 자신을 위해서 당하는 고난이 얼마나 축복스럽고 행복한 고난인지를 나타내 보여 주었다.“나 때문에 모욕을 당하고 박해를 받으며 터무니없는 말로 갖은 비난을 다 받게 되면 너희는 행복하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받을 큰상이 하늘에 마련되어 있다. 옛 예언자들도 너희에 앞서 같은 박해를 받았다.”(마5:12) 박해가 축복인 이유가 여기 있다. 박해가 없는 삶이 복되고 행복한 삶이 아니다. 오히려 핍박과 박해가 있는 삶이 더욱 복되고 행복한 삶이다. 그 상급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기독교의 영성은 한마디로 고난의 영성이다. 인도 켈카다의 성자 마더 테레사 수녀(Mother Teresa of Calcutta)는 이렇게 말했다.“고난이 따르지 않는 일은 사회사업이나 매우 선하고 유익한 일은 될 수 있으나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은 될 수 없고 구원의 일부도 될 수 없습니다.” 참으로 예수의 길을 따라 살아간다는 것은 예수의 고난의 흔적을 지니고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예수의 길을 저항하는 힘이 아직도 세상 속에 상존(尙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는 말하였다. “. . .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눅9:23,24)
사도 바울은 의를 위한 고난의 가치를 알았던 고난의 영성가였다. 그는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교회를 위해서 스스로 짊어졌던 인물이었다.“나는 이제 너희를 위하여 받는 괴로움을 기뻐하고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그의 몸된 교회를 위하여 내 육체에 채우노라”(골1:24) 사도 바울이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교회를 위해서 스스로 짊어질 수 있었던 것은 잠시의 고난이 앞으로 받을 영광에 족히 비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도 바울은 로마서에서 이렇게 고백하였다.“자녀이면 또한 상속자 곧 하나님의 상속자요 그리스도와 함께 한 상속자니 우리가 그와 함께 영광을 받기 위하여 고난도 함께 받아야 할 것이니라 생각하건대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비교할 수 없도다”(롬8:17,18)
무엇이 의를 위한 고난일까? 예수는 이미 행복에 이르는 여덟 가지 길을 통해서 우리에게 그것을 제시해 주었다. 그것은 하나님의 의를 나타내는 자기 계시의 사건인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삶을 우리의 삶 속에서 살아내는 일이다. 1) 그리스도의 가난에 참여하는 일, 2) 그리스도의 아픔에 동참하는 일, 3) 그리스도의 온유함을 본받는 일, 4) 그리스도처럼 의를 위한 갈망을 품고 사는 일, 5) 그리스도의 긍휼하심을 나타내는 일, 6) 그리스도의 청결한 마음(淨心)을 품고 사는 일, 7) 그리스도의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일, 그리고 8) 그리스도의 고난에 스스로 동참하는 일이다. 이 여덟 가지 길은 서로 다른 길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단지 서로가 하나로 만나는 다른 모양의 같은 길일 뿐이다. 행복에 이르는 길, 그 도상에서 우리 모두 하나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