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행복론: 행복에 이르는 길
VIII
“의를 위해 박해를 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나님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5:10)
행복한 삶: 하나님의 나라
이해인 수녀의 『가을 노래』란 시는 영원에 잇대어 사는 우리네 나그네 여정 길을 잘 묘사해 준다. “하늘은 높아가고 / 마음은 깊어가네 / 꽃이 진 자리마다 / 열매를 키워 행복한 / 나무여, 바람이여 / 슬프지 않아도 / 안으로 고여 오는 눈물은 / 그리움 때문인가 / 가을이 오면 /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 멀리 있는 친구가 보고 싶고 / 죄 없이 눈이 맑았던 /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고 싶네 / 친구여 / 너와 나의 사이에도 / 말보다는 소리 없이/ 강이 흐르게 / 이제는 우리 더욱 고독해져야겠구나 / 남은 시간 아껴 쓰며 / 언젠가 떠날 채비를 / 서서히 해야겠구나 / 잎이 질 때마다 / 한 웅큼의 시(詩)들을 쏟아 내는 / 나무여, 바람이여 / 영원을 향한 그리움이 / 어느새 감기 기운처럼 스며드는 가을 / 하늘은 높아 가고 / 기도는 깊어 가네”
인생은 나그네(Wayfarer) 길이다. 이것은 기독교 경전 전체의 주장이다. 아브라함과 야곱도 인생을 ‘나그네’로 정의하였다. 시편 기자는 나그네의 삶을 이렇게 표현하였다.“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시90:10) 그러나 의미 없는 나그네 길이 아니다. 그 길은 하나님 나라를 향한 나그네 길이다. 그래서 사도 베드로는 이렇게 권면하였다.“외모로 보시지 않고 각 사람의 행위대로 심판하시는 이를 너희가 아버지라 부른즉 너희가 나그네로 있을 때를 두려움으로 지내라”(벧전1:7) 이태리 밀라노 대성당은 높이 157m 너비 92m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고딕양식의 교회이다. 1386년 밀라노의 영주 잔 갈레아초 비스콘티의 의견에 따라 대주교 안토니오 디 사루초가 기공하였다. 밀라노 대성당에는 아치로 된 문이 셋이 있다. 첫째 문에는“모든 즐거움은 잠깐이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둘째 문에는“모든 고통도 잠깐이다”고 새겨져 있다. 셋째 문에는“오직 중요한 것은 영원한 것이다”라고 적혀 있다.
우리는 진실로‘하나님 나라’를 갈망하는가?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인류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행복은‘하나님 나라’ 없이는 불가능하다. 예수가 제시한 행복에 이르는 여덟 가지 길은‘하나님 나라’를 향한 도상에서 시작되고, ‘하나님 나라’에 이르러서야 그 열매를 맺는다. 하나님의 나라는 행복의 뿌리이고, 나무이며, 잎이고, 꽃이며, 열매이다. 예수가 말한 행복은 하나님 나라를 통해서 경험되고, 또한 하나님 나라를 통해서 완성된다. 예수는 첫 번째 행복에 이르는 길을 이렇게 안내했다.“마음이 가난한 자는 행복하다. 하나님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5:3). 또한 마지막 행복에 이르는 길은 이렇게 제시한다.“의를 위해 박해를 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나님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5:10. 누가 행복한 사람인가? 예수는 말한다. 하나님의 나라’를 소유한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행복한 삶과 구원받은 삶은 사실 둘이 아니라 하나이다. 행복과 구원은 모두 하나님 나라를 소유하는 것과 관계한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구원받은 사람이다. 그 사람은 나그네의 여정 길을 지나면서 하나님의 정의와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며 사는 사람이다. 하나님의 정의와 하나님의 사랑은 행복과 구원의 문을 여는 열쇠이다. 하나님의 정의와 하나님의 사랑은 지상에서의 행복과 구원을 보장해 줄 뿐 아니라, 천상에서의 행복과 구원을 보장해 준다. 그래서 예수는 행복에 이르는 여덟 가지 길을 하나님 나라(하나님의 정의와 하나님의 사랑이 실현된 공간)의 자녀들의 삶을 통해서 설명해 주었다.‘마음이 가난한 자’,‘애통하는 자’,‘온유한 자’,‘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긍휼히 여기는 자’,‘마음이 청결한 자’,‘평화를 만드는 자’, 그리고‘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는 자’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이 하나님 나라를 소유한 하나님의 자녀이며, 구원받은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다.
하나님 나라는 ‘지상에서 경험하는 하나님 나라’와 ‘천상에서 경험하는 하나님 나라’로 구분될 수 있다. 지상에서 경험하는 하나님 나라는 ‘육신의 장막’ 속에서 경험하는 하나님 나라이다. 그러나 천상에서 경험하는 하나님 나라는 ‘하늘의 장막’ 속에서 경험하는 하나님 나라이다. 어거스틴의 말을 빌리자면, 전자는 ‘시간’속에서 경험하는 하나님의 나라이고, 후자는‘영원’속에서 경험하는 하나님의 나라이다. 예수는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서 이‘시간’과‘영원’을 하나로 만들었다. ‘하나님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라고 예수가 말할 때, 그것은‘시간’이 ‘영원’속에서 하나로 경험되어지는 사건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사건 안에서 지상에서 경험하는 하나님 나라와 천상에서 경험하는 하나님 나라가 하나로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는 말한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요11:25,26) 부활은‘죽음을 죽인’(death of death, negation of negation) 사건이다. 그래서 다시는 죽음이 없는 영원한 시간의 문이 열린 사건이다.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나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라’는 말은 바로 이것을 가르켜 한 말이다.
누가 행복한 사람인가?‘시간’속에서‘영원’을 경험하며 사는 사람이다. 누가 행복한 사람인가? ‘육의 몸’안에서‘신령한 몸’을 경험하며 사는 사람이다(고전15:44). 누가 행복한 사람인가? ‘흙에 속한 자의 형상’속에서‘하늘에 속한 자의 형상’을 입은 자이다(고전15:49)